9년 만의 제주도 여행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많으실 테니, 또 말로 하자면 상당히 길어질 것이기에 일단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적습니다.
글씨는 항상 일할 때 쓰는 글씨체가 굴림이라.. 일단 굴림으로 남깁니다.
더불어 간단히 기록한다는 데 중점을 뒀으니.. 다소 주저리주저리, 주제가 흐트러지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사실 나름의 직업병(?) 같은 것 때문에 글을 쓰고 나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영 보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이번엔 제끼고.
*모든 사진은 시간 순서대로입니다. 휴대폰 사진과 카메라 사진이 뒤섞여 있습니다.
집앞에서 찰칵. 오전엔 재택근무 할 일이 있어서 잠시 집에 머물렀다가, 오후에 바로 짐싸고 나섰습니다.
속옷 넣고 뭐 넣고 심지어 맥가이버칼까지 한참 챙겼다고 챙겼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엄청 허술하게 차렸단 걸 발견..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 일단 가까운 서점에 가서 가이드북 놓인 것을 보고 결정하기로 합니다.
사실 이 때는 갑자기 낚시가 하고 싶기도 했고.. 강원도에 갔다던 회사 선배 생각도 나고.. 하던 중.
서점에서 발견! 맨 앞에 쫘악 늘어놓아서 금방 눈에 띄었습니다.
신간인 것 같은데, 출판사에서 로비를 좀 했던 모양인지.. 암튼 눈에 띄어서 집어 들었고,
대강 읽어보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제주도로 결정하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비행기표를 검색.
사실 막걸리 기행 이런 것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지방 곳곳에 막걸리 도가들을 찾아다닐 엄두가 안나서..(차도 없고, 차 있어도 막걸리 먹으면 소용없고..)
낚시는 채비가 너무 커질 것 같아서 포기. 강원도는 주말에 선배한테 민폐 끼치기 싫어서 포기.
합리적인 가격 & 일정을 조율해서 끊은 티켓이 저겁니다.
도착하면 딱 저녁 때일 것 같았고.. 사실 아무것도 준비안한 상태였던지라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2시간 정도 가이드북을 정독했습니다.
제주항공을 탔는데 제주항공 승무원 감귤색 유니폼이 예뻤고,
중간즈음에 감귤쥬스랑 삼다수 주는 게 특이했고.. 더 신기했던 건 도착방송을 제주도 방언으로 한다는 점!
뭔 소리 하는 건지 당췌 알아먹을 순 없었지만..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첫 끼니와 밤을 제주시내에서 보내기로 결정.
버스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가 시내까진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는 길에 재밌는 그림이 있어서 한 장.
요것이 올레국수라고 해서 고기국수의 명가입니다.
경상도식 돼지국밥 국물에 특별할 것 없는 국수를 말았는데, 일단 돼지국밥을 좋아하는데다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던 두툼두툼한 수육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돼지고기를 아주 잘 삶아서 야들야들하니.. 글 쓰는 지금도 군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요건 제주 시내 바닥에 쓰인 제주도 방언 속담.. 나름 무슨 문화의 거리를 만들겠다고 고민한 흔적인데
찾아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첫날은 너무 늦지 않게 얌전히 숙소로 복귀.
제주 막걸리 한 병과 황도 한 캔을 안주로 먹고 삼다수로 입가심. 인상적인 제주의 첫날 밤입니다만..
막걸리는 별로 맛이 없더이다.
(전 걸쭉하고 탁한 쪽을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젊은 여자 취향이라 가볍고.. 탄산끼 있고..)
다음날 아침은 다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인근 기사식당에서 해결.
저렇게 나와서 4천원인데, 된장미역냉국이랑 쪼만한 옥돔구이가 먹을만 했습니다.
제주도는 버스로 동일주 노선, 서일주 노선이 각각 있고, 섬을 관통하는 노선이 또 2가지 있습니다.
전 이때까지 서일주 노선으로 협재 해수욕장-중문-서귀포까지 가고 다시 동일주 노선으로 성산 가는 일정을 생각했죠.
물론 중간중간 더하고 빠졌지만.. 그건 차차..
가다가 바깥 풍경이 예뻐서 바로 내렸습니다.
협재해수욕장 조금 못 미친 한담해변이란 곳.. 길가에 핀 꽃에 벌이 날아들었습니다.
어딜 가도 이런 풍경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돌담 밑에 꽃이 예쁩니다.
해수욕장 이름은 잊어먹었고, 협재 해수욕장 절반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가족 한 팀이 저 멀리 있던 걸 빼면 너무나도 한가롭던 해변이었던지라
날씨가 흐렸음에도 와 좋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사진은 혼자 떠내려온 스티로폼 부표를 차면서 놀고 있는 풍경..
페이스북에 올리니 친구들이 'ㅉㅉ'를 연발... 이 사람들이!!
난 정말 재밌게 놀았습니다. 바닷물이 너무나 맑고 바닷가가 너무나 조용해서.
한 20분 저러고 놀다가 발랑 누워서 잠시 해변 분위기를 만끽.
만끽했더니 팔꿈치에 모래가 붙었습니다.
표정이 왜 저런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진들은 닭살이 좍 돋을 정도로 느끼함..(화장품 광고 찍는 여배우 같음)
요거는 해변가를 걷다가 주웠습니다. 이게 뭔진 모르겠는데 물 속에 있을 때 너무 이뻐서
주워서 꽁꽁 싸옴.(지금도 책상 한켠에 고이 올려 둠)
계속 한담해변입니다. 가이드북에도 한가로운 산책을 즐기고 싶으면 가보라고 했는데,
진짜 주변에서 유치원생들 산보 나올 정도로 유유자적한 곳이었습니다.
곳곳에 신기한 바위도 많고, 처음 보는 식물도 많고, 파도도 간간히 쳐오는 게 아주 좋습니다.
버스 타고 내린 협재 해수욕장.
물이 맑고 잔잔하기로 소문난 곳인데, 역시 소문이 나서 사람이 옴팡지게 많았습니다.
저는 저만의 파라다이스에서 온 터라 별 감흥 없이 패스.
괜히 까불다가 물에 빠져서 신발만 젖었음..
요건 협재 해수욕장 옆에 있는 한림공원.
돈이 아깝지 않을 거라더니 정말 볼만한게 많았습니다.
협재/쌍용굴, 식물원, 수석, 분재, 앵무새, 공작새, 민속촌 등등
아직 컨디션 아주 좋음~ 완전 포스가 유럽 배낭여행객..
꽃 2개를 겹쳐놓은 것 같습니다. 이름은 뭔지 모름 ㅋㅋㅋ
요것도 어쩜 저렇게 처연-하게 바라보는지.. 이름은 역시 모름 ㅋㅋㅋ
이 곳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꽃. 꽃양귀비입니다. 이건 이름 기억함 ㅋㅋ
정말 한없이 얇은 한지 같은 꽃잎이 나플나플 거리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색은 저렇게 강렬하고 도발적인데, 하염없이 가녀린 꽃잎을 보니..
정말 미인 양귀비가 저런 자태로 왕을 홀렸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두 포기 정도 심어놓고 싶었씁니다.
어차피 많이 피어서 예쁜 건 아닌 것 같고..
점심 타이밍을 놓쳐서 잠시 배고픔을 달래고자 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민속촌에서 한잔 걸쳤습니다. 한 2시간쯤 걷고 딱 배고플 타이밍에 배치해뒀는데
어찌나 빈대떡 냄새를 솔솔 풍기던지..
저건 흑돼지 볶은 거고, 막걸리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시큼시큼했음.
난 이때만해도 저게 내 유일한 흑돼지 식사가 될진 몰랐네..
꼭 한번 구워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안 났습니다.
술이 좀 취해가지고, 잉어 밥 500원 짜리를 사서 잉어들한테 자랑하는 중.
나한테 잘 보이면 밥 던져주는 겁니다.
자, 순간 팍 이동을 해서 서귀포입니다.
그 이후로는 알딸딸하기도 했고, 중간에 중문이란 곳도 가볼만 하긴 한데..
보통 가족, 혹은 친구들끼리 와서 사진 찍기 좋은 박물관이 많아서..
고민 끝에 포기! 내가 거기 가서 셀카 찍고 놀 일 있나!
그래서 닿은 곳이 서귀포 시내에 위치한 이중섭 거리입니다.
좀전에 소개한 나만의 패러다이스와 더불어 2번째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곳.
사실 2번째 깊은 인상이라고 해봐야 이중섭 미술관 때문인데,
이건 뭐 사진을 찍을 수 없었으니 패스 ㅋㅋㅋㅋ
근데 제가 어설프게 알고 있던 불운한 천재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너무너무 아내와 두 아들을 사랑했고, 또 그런 표현을 아끼지 않았던-그림으로까지 승화시킨- 모습이 깊이 남았습니다.
어쩜 그렇게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참 대단하다 생각했음.
이중섭의 은지화-담배곽 은박지 그림이죠 아마-를 보면 어린이와 게가 종종 나오는데,
이 컨셉을 잡았던 게 이 곳 서귀포에서였습니다.
본래 이북 언저리에 살다가 피난을 서귀포로 왔는데,
그 때 서너살쯤 됐던 아들 2명이랑 아내랑 그렇게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기간은 딱 1년정도였는데, 서귀포 어귀 단칸방에서 살면서 애들이랑 게도 잡고 그랬다더군요.
지금도 생가가 미술관 앞에 남아 있습니다.
근데 나중에 생활고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은 일본에-아내가 일본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이었습니다-
자기는 한국에 남았다가 결국 영양실조랑 간염으로 별세.
떨어져 지낸 기간 동안 주고 받은 편지를 보면 어찌나 절절한지.
미술관을 보고 나니, 이중섭 작가의 걸작은 소가 아니라 가족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가족한테 그렇게 충실했던 예술가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보통 한량 같잖아요, 구박이나 당하고-
p.s 미술관에서 또 하나 눈에 띄던게 파레트였는데.
1941년에 이 작가가 아내에게 프로포즈하면서 선물했다 합니다.
아내가 70년간 간직했다가 지난해던가..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하더군요.(아내는 이제 아흔 다섯..쯤 되셨다고)
뭐 그러한 이중섭 작가의 그림 그리는 풍경을 묘사한 동상입니다.
사실 이중섭 거리에 이중섭 미술관 빼면 볼 건 그닥 없었어요.
뭔 술집이-심지어 단란주점도- 그렇게 많은지.. 이 화공이 보면 그닥 기뻐하진 않을 것 같더군요.
몇 군데 공방이 자리하곤 있는데, 그닥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이중섭 미술관의 감동을 뒤로 하고 부지런히 폭포 보러 가는 중.
분명히 전에도 왔을 텐데 너무나 새로웠던 천지연 폭포!
커플들이 많아서 좀.. -.-;
요건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
여기까지가 1번 여행기입니다.
손꾸락이 아파서 나머지는 나중에 다시 올리겠어요.
지금까지 총 30장이었고, 앞으로 30장 더 남았습니다.
사진은 뭐 더 찍었는데.. 그냥 대~충 골라서 중요한 것만 보여드립니다.
변환도 보정도 안하니까 디빵 편하네.
요 여행기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패러다이스 해수욕장에서 혼자 뻘짓하고 놀던 때~(+한담해변 산책)
가장 인상깊었던, 감동깊었던 순간은 이중섭 미술관에서 이것저것 보면서 감정이 복받쳤을 때~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오동도 & 순천만 & 향일암 & 진주성 ) 가족 나드리 (0) | 2013.09.21 |
---|---|
제주 여행기 두 번째.. (0) | 2013.07.21 |
엄마, 감사합니다 (0) | 2013.05.24 |
아들이 참 좋다. (0) | 2013.05.23 |
귀빠진 날에~~~ (0) | 2013.01.15 |